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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일상/짧은 이야기

나는 당신의 꼬부기가 되고싶다. 옆에 있는게 당연한 듯

by KaNonx카논 2019.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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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와 너의 세 번째 밤이 지나고


살짜기 몸에는 열병이 들었다.


굳게도 믿었던 그 '정'이라는 독이


굳어있다가 분명 너의 체온에 실컷 녹은 탓이리라

 

 

 

내 반푼이의 사랑도 사랑인걸까,


아니면 그저 허울좋게 성욕을 샤넬 기프트박스에라도 넣어

 비싸보이게 장식만 해 놓은 싸구려 애정일 뿐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였기에 침대 위에서


구태의연한듯이 이야기했다.


굳이 네 이름을 붙이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울을 담아서, 사랑하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너를 내 옆이라는 작고 작은 케이지 안에 사육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아주 가끔 그런 충동이 들긴했지만)

 

워낙에 자유롭고, 커다란 사람이라서

 


넌 분명히 갇혀있으면 이윽고 우리를 박살내고 유유히 떠나갈테니까.

내가 바란것은 딱 하나였다.

 


우리의, 남편 마누라하는 연결고리가 조금이라도 더 견고해졌으면 하는것.

 

다른 놈을 만나도, 나 아닌 누구랑 해피타임을 보낸다해도,

 웃어주고 가끔 보러와주고, 보기좋게 탄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손해보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얼기설기 겨우 형체만 갖추어진 반푼이의 사랑에게는 딱 맞는 사랑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나도 쌔고 쌘 남자새끼 중 하나라서
다른 놈을 만났다거나 그 비슷한 이야길 들으면 가슴 속 깊은곳에서 새까만 불길이 이는 것을
아득아득 느껴버리고 만다.

 

텁텁한 진흙이 목에서 부터 식도를 타고 폐부를 억누르는 것 같은 답답함.

 

 

애석하게도(?) 이런 종류의 감정을 숨기는데에는 어느정도 이골이 난 상태라,

 가벼운 조크를 담아 질투를 내비치는 것이 가능했다.

 


일일히 감정을 쏟아붓다가는 수 일 후에는 반드시 매끈매끈한 대머리가 되어 있을거라고 난 자부할 수 있다.

 

그때는..

 

모든 속세를 포기하고 진짜 행복을 찾아서 산으로 들어가 볼까?


마트에서 아이쇼핑을 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낙으로 삼는 내가 쉽사리 견뎌낼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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