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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유난히도 붉었다.
생각해보면, 매일 한 번쯤은 있는 일몰인데
오늘따라 더욱 더 붉어보이는 것은,
비단 하늘을 뒤덮은 햇무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파도소리가 신발의 밑창을 적셨다.
모래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은 모래톱을 메운다.
떨어져가는 햇빛에 비친 물결이 마치 조각조각난 물고기의 비늘처럼 빛났다.
파사삭, 실수로 밟아버린 하얀 뼈처럼 생긴 조개껍데기가 형태를 완전히 잃었다.
아마도 수십의, 더 많게는 수백의 사람들이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우두커니 모래사장 위에 서서, 지는 오늘을 배웅했으리라
눈이 부시지는 않았다. 겨울인데도 춥지는 않았다.
어느샌가 신발 속에 들어온 모래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한 숨 조차 일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윽고 완전히 바닷물이 붉은 해를 머금자,
보랏빛으로, 오렌지빛으로 극채색의 붓이 하늘을 덧칠했다.
그렇게나 불타올랐는데,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약간이라도 밝은 비늘을 어딘가에 남겨 놓았을 법도 한데,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풍경일 줄만 알았는데,
너무도 일찍 끝나버렸다.
한 순간이라서 가장 아름답고, 한 순간이라서 가장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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