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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일상/짧은 이야기

목적하는 정류소는 1년 반 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by KaNonx카논 201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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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스산이 자취방을 스쳤다,

 

귀뚤이가 우는 소리를 가만히 듣자니 

 

옛 필름 영화같이 뜨문뜨문 옛 기억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여럿이도 내 옷깃을 스쳐 지나갔었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이는 비바라기처럼 살짜기 흔적만을 남기고,

 

또 어떤 이는 첫 눈처럼 손에 닿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소나기 온 듯이 옷을 푹 적셔버렸기에,

그 때마다 뜀박질로 떨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혼자만 물에 빠진 생쥐가 될 때에는 어김없이 열을 동반한 커다란 후유증이 오기 마련이었으니까.

 

 

나는 이것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그건 내가 잘 하는 헛소리의 일부에 불과했다.

 

 

여느 가요에서 흔히 나오는 싸구려 사랑놀음,

그것조차 되지 못한 반편이 마음,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린 감정 찌꺼기, 그런 것들을 떨쳐내기 위한 자기 방호 행위였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머릿속에 그 사람의 목소리며 향기,

 

심지어는 손의 감촉까지 되살아나버려 괴로운 일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버리는게

내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릴테니까.

 


지금 당장에 맞고 있는 비 바람도 그렇다.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상히 말을 걸어줬다.

 

그만큼이나 심장을 타일렀는데,

그의 반 정도 타버린 팔에서 나는 햇빛의 냄새에 넉다운 당해버렸나보다.

 

 

경험상, 뒷맛이 좋게 끝나지 않을 거란걸 뻔히 아는데도

 습관적으로 그와의 카톡을 열어보게되는 모습에 피식 자괴감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기록을 삭제하고, 친구에서 파내길 두 세번, 나름 대로의 각오로 맞서도


여보라고 불러주는 그 단 한마디에 함락되는 싸구려 자존감.

 

 

 

아마도, 아니 반드시 이 진흙같이 질척한 가슴이 개이는 날은

 

그가 날 철저히 버리고 갔을 떄, 혹은 

 

내가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일 테다.

 

 

물론 그 과정을 감내하기까지 또 달리고 달려서,


해가 지고 어렴풋이 새벽이 밝아오는 곳 까지 뛰어야지만,

 

북받쳐오는 짝사랑의 잔재를 남김없이 토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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