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리뷰/소설

2011.5.22. 사회문제에 겨누는 날카로운 지적 '방황하는 칼날' 리뷰

by KaNonx카논 2011. 6. 8.
반응형

                                                     방황하는 칼날 - 10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바움


- 아주 완곡한 표현으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다른사람에 의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면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우선은 울겠지 눈물이 다 마를때까지, 그리고 나서 증오할겁니다. 그 피의자를.  사실 정말로 성인군자가 아닌이상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을겁니다. 물론 그게 정상이고 일반적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에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정적으로만 치우친다면 아주 명확한 해답이 하나 등장하지만 냉정히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정답같은 것은 영영 사라져 버리죠.

자신의 딸 에마가 무참한 짓을 당하고 살해당해 그 사체가 유기되기까지했다. 아버지 나가미네는 분노하고 저주한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빼앗아간 아쓰야와 가이지라는 최악의 인간쓰레기들을..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딸을 무참히 빼앗아 버린 아쓰야와 가이지라는 피의자들. 나가미네는 법에 의지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만의 복수를 결심하고 아쓰야를 처참히 살해한다. 

 -자신에게 죄를 심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법원의 일이다. 그런데 법원은 범죄자를 제대로 심판하는가? 아니다. 법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사건에 어떤 판결이 내려졌는지 그도 조금은 알고 있다. 그것을 보면 법원은 범죄자에게 정당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해준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범죄자를 숨겨준다.

그것을 형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기간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짧다. 한 사람의 인생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는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다. 더구나 아쓰야와 마찬가지로 가이지도 미성년자이리라. 에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어쩌면 교도소에도 가지 않을지 모른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디 있는가. 그 인간쓰레기들이 빼앗은 것은 에마의 인생만이 아니다. 그들은 에마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P.128

소설에서도 등장했지만, 아버지의 복수에 대해 사회는 '감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복수는 안된다.' 라고 의견을 내세우고있습니다. 그들은 만약 나가미네처럼 소중한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빼앗겼을 때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 우리는 모른다. 그저 추상적으로 생각해볼때 슬프겠구나, 피의자를 죽이고 싶을정도로 밉겠구나. 랄 뿐인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영원히 나의 내면의 솔직한 대답을 알 수 없는 상상만을 할 뿐입니다.

여기에서 나가미네가 복수를 결심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더 있습니다. 아쓰야와 가이지가 만약 체포되었더라도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소년법' 으로 인해 어느정도 감형을 받거나 비교적 가벼운 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아니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방황하는 칼날' 은 이 점에서도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를 하나 콕 찝어냅니다.
요즈음 인터넷에서도 심심찮게 미성년자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건들은 이들을 '소년법' 에 따라 갱생시킬 목적으로 형기를 낮추고 가벼운 벌을 내리죠.. 물론 예외도 존재합니다만..
그들은 어쨌거나 '사람'을 하나 죽인겁니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요, 피의자가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적든 많든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피의자의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사람의 목숨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 따위는 절대 아닙니다. 사회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소년법' 에 의거해 보호합니다. 

거기에 대하여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에게 고뇌를 종용합니다. '방황하는 칼날' 그 제목의 의미에 담겨있는 뜻은 무엇일까요. 갈피를 잡지못하는 현대사회의 법 질서일까요?  아니라면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복수의 행방일까요? 이야기의 끝에서 나가미네는 결국 그의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만, 우리는 다시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복수에 성공한 나가미네를 목격한다면 과연 나는 그것을 모든것이 시원하게 해결되었다고 책을 덮을지, 이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며 아쉬워하는 나를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어느쪽도 아닌 의견을 선택하게 될지, 모든 건 자기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 되겠지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