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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소설을 끄적여 보았다

A선상의 레퀴엠 -6-

by KaNonx카논 201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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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돌아온 A선상의 레퀴엠 ~ 이야~ 폭염 속에서 일러스트 하나 그리는데도 죽는줄 알았습니다. 정확히는 채색이지만요~^*  이러저러해서  챕터 6까지 오긴했지만서도.. 조회는 안오르겠죠..?  어쩔 수 없죠 뭐 하하 ~
그래도 적고 안 그래도 적는 자기만족 판타지 시작합니다~





#. 앞으로 향한다. '나'를 버리고.



투둑.. 투둑..


"아하하~ 뭐 별거 아니잖아?"


큰 대(大)자로 아무렇게나 누워 빙글빙글 웃으면서 승리의 전리품인 하얀 여우가면을 달빛에 비추어본다.

바람이 가면의 고리에 달린 붉은 갈기를 나부끼고 관통당한 왼손에서 흐르는 피가 방울져 떨어지는 장면은 너무나 리얼에서 벗어나 있다.  한 네 다섯 발자국쯤..?


킥.. 완전 대박인데?

설마하니 그렇게 쉽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인간이 원래 그렇게 약했나? 아니 그 전에, 이녀석 인간이긴 한건가?

..어쨌든 나의 훌륭한 기지로 인해 돌로 머리를 찍는 걸로 픽 쓰러져 버리다니.. 판타지도 별거 아니네~


얼굴에 튄 붉은 반점을 오른손으로 닦아 내며 내려칠 무렵과 같이 그대로 쓰러져 있는 괴한을 바라본다. 

나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 얼굴 같은건 그리 보고 싶지 않아서 가면은 고리를 잡아당겨 회수하고 그대로 방치해둔 상태.



"음.. 그것말고 왼손이 조금 쓰라리긴 하지만~ 상관없나~"



괴한도 그 나름의 최후의 발악으로 돌을 맞은 후 바로 찌르기를 감행했지만, 카타나는 내 왼손만을 관통 했을 뿐이다.

그리고 왼손에 치명상을 입은 자신은,  오히려 아픔마저 행복하게 느끼고 있었다.

분명 지혈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지금은 이대로 있기로 하자




"..이걸로 나도 범인(凡人)은 아닌가?"



킥킥  새하얀 여우의 얼굴을 가슴위에 올리고 옆의 검은 칼집에 손을 가져다 댄다.

어둠마저 삼키는 듯한 명백한 흑색이 둔탁하게 빛나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칼집에서 카타나를 스륵 뽑아 쥔다.


"..흑금(黑金)..쿠로..가네?"



붉은 빛이 살짝 도는 가운데 날카로운 청색을 유지하는 검신에 새겨진 두 글자.  카타나의 도명(刀名)은 쿠로가네.

..하핫 멋지구만~ ..아차 그런데 이거 도검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 아니 분명 걸리겠지.


"아니 지금 이런 짓을 해놓은 내가 법 걱정 하고 있을 때인가?!"



우우.. 그러고 보니 걱정이네.. 왼손의 피는 멈출 생각도 안하고, 구급차 부르려고 해도 저어기 자빠져 죽은 인간은 어떻게 설명하나구..


"...약국을 털러 가야 하나.."

"치료해줄게"

"우와악?!"


뭐야?!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별안간 귓가에 닿은 소리에 놀라 돌아본 자정을 훌쩍 넘긴 길위에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 존재하는 소녀


"..여.. 여자애가 지금 시간에 왜..?"

"손 줘봐 빨리,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아?  으응.."



얼결에 손을 내밀기는 했지만 이런 시간대에 이렇게 어린 꼬마가 나다니다니.. 대체 부모는 상식이 있는..
하긴 내가 지금 상식 운운 할 때가 아니긴 하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묵묵히 내 왼손을 받아들고 하얀 천을 감는 꼬마

호오 꽤나 야무진 구석이 있는데?



"꼬마야 너 이름이 뭐니?"

"남의 이름을 물을 땐 자기이름을 먼저 대는거 아냐?"

..하하 어른스러운 애네



그나저나 이름.. 이름이라.. 그럼 그걸로 할까?


"으음.. 케이, 내 이름은 케이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대.."



..어이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지은 가명이자 지금부터 진명(眞名)이 될 내 이름에  그런 반응은 좀..



"..하긴 여기서 제정신인 사람을 찾는게 더 미친짓이지"



어라 어린애답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만, 왜 나를 째려보는 ..겁니까..

이봐.. 무슨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실례되는 말을 한거 같은데?

..무시당했다. 소녀는 치료가 끝난 내 왼손을 놓고 왔던길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다 됐어. 이제 따라와"

"어? 이봐 어디로 가는건데?"



어이 아무것도 대답 안해주고 가자고 하면 어쩌냐~ 난 이래뵈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받은..
야야 그렇게 째려보지 말고..



"세계의 구원.."

"..음..?"



세계의 구원이라.. 하하 그런 순수한 단어 만큼 나라는 존재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을까.. 모순이야 킥킥

세계의 룰을 부수고 싶어 한 나에게 맡겨진게 구원?

..하핫.. 좋아 좋아 좋다고!! 아주 간단명료하고 좋은 단어야 마음에 들었어!!

나를 한번 거부한 세계를 나는 구한다.  즐거운 연극이 될 것 같은데?? 



".. 하하 이 밤은 조오금 길어질 것 같은데?"



내가 그토록 갈구 해 왔던 것이 드디어 내 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건.. 그 누가 되었더라도 양보하지 않아..!


앞서나가는 작은 소녀의 등을 바라보며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거리의 암흑을 녹여내는 칠흑의 검집을 허리에 차고,

차디찬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여우의 가면을 쓴다.

가면의 반대편에는 즐거워 미쳐버릴 듯 한 냉소



하잘것 없는 리얼을 살아가던 나에게 바친다.

그리고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마주한다.


"잘있으라고"


그 한마디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까지 존재했던 누군가를 위한 이별의 말이었다.



-by. 소년 B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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