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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Greenery Rain
가끔, 아주 가끔 마음 속의 결락에 눈이 갈 때가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손가락의 거스러미를 실수로 찢어내어 피가 맺히듯.
우연찮게 정적 속에서 찾은, 맑게 잘그랑 거리는 열쇠고리에.
나도 모르게 잊어버렸던,
차디찬 바늘을 밟았을 때의 그 아찔함처럼.
결락감을 깨달을 때 마다
누덕누덕 그 틈이라도 메우는 걸까.
하나 둘, 그리고 셋
방안에 재어놓은 체리향의 디퓨저, 그 향이 점점 옅어짐에 따라서,
기억도 잔재만을 남기고
어떤 떄는 깊은 한숨만을 남기고
또 어떤 때는 꿈을 남기고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마모해 나간다.
이제 더 이상 용액이 남지 않은 디퓨저의 빈 병을,
그 잔향이 못내 아쉬워
잠시간 내버려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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