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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자에 앉아 계속 기다린다.
나와 함꼐 온 남자도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따뜻한 햇살 속에 있었다.
-희한한 정적이다.
(중략)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돌리며, 가게 출구 쪽으로 걸어간다.
희한하게도 가게의 출구는 두 곳이었다.
동과 서 양 끝에, 마치 갈림길 같다.
나는 서쪽, 남자는 동쪽 출구로 걸어나간다.
나는 가게에서 나오기전,딱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도 마찬가지로 돌아보고 있었다.
빨간머리를 한, 여자처럼 연약한 녀석
그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쪽을 향해 한 손을 들어보였다.
낯선 남자였지만, 이것도 뭔가 인연이겠지.
나도 한 손을 들어 응답했다.
우리는 떨어진 출구에 서서, 그런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하고 남자가 말하는 듯이 보였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바깥은 지금까지의 일이 꿈처럼 여겨지는 좋은 날씨다.
나는 녹아버릴 것 같은 강한 햇살 속에서 나를 위해 손을 흔들고 있는 누군가에게로 걸어간다.
왠지 기쁘고 어딘가 안타까웠다.
하얀 햇살은 너무 강하여, 손을 흔드는 누군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빨간 머리의 남자에게도 이런 식으로 걸어갈 곳이 있다는 것을, 있지도 않은 신에게 감사했다.
-공의 경계 나선모순(螺旋矛盾).
-Aft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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