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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소설

2011.10.1. 역사 저 편에 비밀을 감춘 세개의 탑, 그리고 마을 '어제의 세계' 리뷰

by KaNonx카논 201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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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 10점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북폴리오


온다 리쿠, 그녀의 문학세계가 집대성한 소설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갖는 이미지는 추리에 덧씌어진 색다른 판타지의 작가 일까나요
이번 '어제의 세계' 또한 그녀의 신비스런 세계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다 생각합니다.^



"망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한번 눈으로 본 것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면."
- '어제의 세계' 中


어느 마을의 다리 위에서 살해당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그의 이름은 '이치가와 고로'. 놀랍게도 1년전 도쿄에서 행방불명된 인물이었는데요

사실 그가 발견된 장소만큼이나 그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물, 문자 등 눈에 띄는 것을 이미지화하여 기억하는 경이로울 정도의 '기억력' 이 바로 그것이죠.


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 눈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생각해왔다.
나는 그 폭력적인 부재를 증오해왔다.
- 제 15장 그녀의 사건 p.345


그의 죽음에 이끌려, 혹은 이끌리듯이 서서히 조각들이 모입니다.

니레타 에이코도 작중 다양한 화자 중 하나로서 이야기에 임하죠.

몇 장인가 전 부터 니레타 에이코는 '나' 라는 1인칭 인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기에
그녀는 아마 진실에 도달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지만.

그녀의 인생의 끄트머리가 한 발 먼저 다가와 버렸네요..

솔직히 저런 감동적인 대사를 한 인물 치고는 역할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마을에 세워진 세개의 탑, 니무라家의 문장의 세마리 용, 그리고 수로

무대인 마을은 이야기 내내 '온다 리쿠' 적인 분위기를 조용히, 그렇지만 확실히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낮에, 그 분위기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몰아닥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었습니다.
거대한 호수위에 떠 있는 유조선.. 이라는 비유는 딱 들어맞는군요

그렇다면 그 것과 '이치가와 고로'의 죽음은 무슨관련이 있을까요?


수도꼭지의 감촉이 전혀 없다. 평소처럼 물이 나왔다. 물을 손바닥으로 받아본다. 그러나 물의 감촉도 없다.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 제 19장 미나즈키 다리 살인 사건 p.493

결론적으로 '이치가와 고로' 역시 수많은 화자 중 일부로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방향에서 물체를 파악하는 그의 능력은 결국 폭주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최악의 형태로
고로를 마지막으로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그가 기억한 방대한 정보량이 뇌에 과부하라도 일으킨 건지 그는 감각을 상실하죠,
의식은 점점 육체라는 껍데기에서 멀어져 공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되기 직전, 고로는 그의 조상이 보았다는 '검은 기둥' 의 진실에 다가감과 동시에 
'마을'의 비밀도 깨닫습니다. 


이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오늘이라는 새로운 하루. 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지금 막 시작되어 버렸으니까.
- p.516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이치가와 고로'에서 시작한 마을이란 이름의 커다란 배의 이야기까지

저야말로 추리소설계의 오타쿠라 자부할 만큼 추리를 좋아하긴하지만,
온다 리쿠를 접할 때마다 작품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동시에 신비스럽습니다.

한없이 판타지틱한 동시에 한없이 리얼에 가깝다 일까나요..^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라 생각했던 고로가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했단 사실이 놀랍달까요,
그렇게 어이없이 죽을 줄 누군들 상상했겠습니까..ㅠ


어찌되었든, 온다 리쿠의 타이틀을 자랑스레 내건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책이란 건 변함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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