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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소설

2012.5.2. 검고도 깊은 늪, 쿠로누마의 마을에서.. '행방불명자' 리뷰

by KaNonx카논 201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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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자 - 10점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늪의 표면으로 하얀 습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아, 하수구 냄새 같은 악취가 일대를 떠다니고 있다. 늪을 에워싼 잡목림 어딘가에서 까마귀 몇 마리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위장처럼 일단 삼켜버리면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빠지면 시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옛날부터 전혀 내려왔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는 전설이지만, 그것이 깨질 때가 드디어 왔는지도 모른다.

-p199

 

 

카미카쿠시가 일어난다는 전설을 감춘 늪 - 쿠로누마의 마을에서 일어난

5년전 요시자와 일가 살해사건과 다키자와 일가 실종사건

 

사건은 다키자와가의 부부 다키자와 류이치, 미에코와 그들의 딸 나쓰미, 그리고 류이치의 어머니인 요시코가 행방불명되면서 시작됩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무런 이상도 없이 집안의 생활감을 무너뜨리지 않고 증발해버린 다키자와가의 네사람

 

사람들은 모두 다키자와가의 사건은 5년전 요시자와 일가 4명이 사망한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과연 어째서 예전의 사건이 5년 후에 다시 재래한걸까요?

 

두 가문의 근처에 위치한 쿠로누마는 그저 침묵할 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

 

접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다키자와 일가 실종사건과 부녀자 폭행 사건

하지만?

 

 다키자와가의 사건에 흥미를 가진 여성 르포라이터 이가라시 미도리는 백방으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 동분서주합니다.

 

거기에서 차례로 밝혀지는 가족의 불화, 남에게 말할 수 없던 사정들이 점점 파헤쳐지죠

 

마치 파내도 파내도 끝이 없는 바닥없는 늪 같이 말입니다.


 

행방불명자는 미도리와 '나' 라는 시점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진행됩니다만,

그 '나' 라는 인물은 다키자와가 사건과는 완전히 별개인 부녀자 폭행사건에 휘말리죠

 

'나'라는 인물은 평범한 추리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아주 '우연히' 그 사건과 관여했습니다.

 

'나'는 부녀자 폭행사건의 용의자로까지 지목되면서도 '당신'을 계속 스토킹합니다.

 

오직 자신의 흥미 본위로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단게 대단하달까요

분명 추리소설에 자신을 이야기를 덧댄다는 명목은 설 것 같지만 말이죠

 

 -

 

스토커가 남긴 원고, 사건의 조각은 거기에 있다.

 

 오리하라 이치의 다른 작품에도 이런 전개가 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도착의 론도 였던가요

 

'이야기를 이끌던 한 시점이 사실은 동시적으로 진행되던 다른 시점과 달리 이미 과거의 이야기' 였다는 구성 말입니다.

...말이 어려운가요..?

 

후루타 도모아키, 그는 부녀자 폭행사건을 따라, 아니 '당신'을 따라 결국 다키자와가로 도착합니다.

 

어쨌든 해피엔딩을 맞지는 못했지만요

 

-

 

인간, 인간, 인간은 가장 어둡고도 불투명한 존재

 

이 작품 내내 하얀 안개를 뿜어내는 탁한 늪 쿠로누마는 불길한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립니다.

 

분명 쿠로누마 안에는 무언가 불길한 것이 존재하긴 했었지만

 

쿠로누마는 그보다 더욱더 중요한것을 투영하고 있었지 않나싶습니다.

 

인간의 내면

 

바람과 불륜, 눈물 그리고 살인

 

인간이란 가장 알 수 없는 존재라고 하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가까이 가면 갈수록 깊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어지면 검게 가려지는게 인간의 마음이라더군요

   

 그것을 구체화시킨 것의 결정이 바로 검은 늪 '쿠로누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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