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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오르골

酒情

by KaNonx카논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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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이 채 익기도 전에 가신 것을, 그저 아무말 없이 바라보았다.

 

마악 담근 풀잎의 푸른 잎이 아직 청량한 그대로인데

 

포슬포슬 올라오는 기포는 하염없이 내리는

 

입하의 빗방울과도 같이 스믈스믈 가슴 속에 밀물처럼 치닫고

 

여름 밤 깊어가듯 점차 점차 짙어져 오리라.

 

엷게 잠든 병 속, 이파리가 전부 꿈 속에 빠져

 

그 향내를 모두모두 여름 밤 꿈에 내어두고 올 때

 

비로소, 비로소 그 슬픔에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오래도록 지나야만, 취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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